땃두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수종이면서도 인삼에 버금가는 약용자원이다. 그러나 현재 자생지가 급속도로 파괴되어 개체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땃두릅’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그 가치를 전하고, 그와 함께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한여름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 들어서면 저절로 만병이 나을 듯하다. 눈에 띠는 모든 풀과 나무들이 다 약이 될 것 같다. 실제로 좬본초강목좭에 등장하는 230여 가지의 한약재 중 150여 가지가 넘는 것이 나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약’ 아닌 나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많은 나무들이 실제와는 다르게 잘못 알려진 바가 많고, 산에서 저절로 자생한다하여 그 소중함이 간과되기도 한다. 본문에서는 ‘땃두릅’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그 가치를 전하고, 그와 함께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땃두릅의 분포와 식물학적 특성
땃두릅(Opolopanax elatus (Nakai) Nakai)은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하는 낙엽활엽 관목이다. 희귀한 약용수종으로 해발 500~1,500m의 러시아 북동부 산악지대와 중국, 우리나라의 일부 산간에만 자생할 정도로 그 분포가 매우 제한적이다. 공중습도가 높고, 연평균기온 2℃ 정도로 비교적 온도가 낮은 곳에서 잘 자라고 음지에 대한 적응력도 높은 편이다. 다 자란 나무는 수고가 1~2.5m에 달하고, 새 잎이 나오는 어린 순 부분은 부드러운 가시로 촘촘히 덮여 있어 회색으로 보인다. 잎은 얇고 둥글며 장상으로 끝이 5~7개로 갈라지며, 굵고 긴 땅속줄기가 3m까지 흙속으로 뻗는다. 꽃은 7~8월에 피며 단성화와 양성화를 동시에 갖고, 2~7mm 크기의 열매는 둥글고 납작하며 밝은 붉은색으로 즙이 많다.
땃두릅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땃두릅’은 유사한 이름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땅두릅’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표 1>과 같이 ‘땅두릅’은 ‘독활’의 다른 이름으로서 땃두릅과 독활 모두가 두릅나무과 식물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활엽관목인 땃두릅과 다년생 초본인 ‘독활’은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독활은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순과 줄기를 캐어 나물로 먹는데 이를 ‘땅에서 올라오는 두릅’이라 하여 ‘땅두릅’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외관상 땃두릅은 잎이 둥글고 잎 가장자리가 5~7개로 갈라지는 반면, 독활은 하나의 원잎맥에 7~12개의 작은 잎이 나는 우상복엽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구분이 어렵지 않다.
약용식물로서의 가치
다른 두릅나무과 식물들(인삼, 가시오갈피, 두릅나무, 음나무 등)과 마찬가지로 땃두릅 또한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이용되어 온 약용수종이다.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本草學者) 이시진(李時珍:1518∼1593)이 엮은 약학서 좬본초강목좭을 보면 땃두릅은 자인삼(刺人蔘)이라하여 귀한 약재로 쓰였고,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에서 신경, 간경, 소장경, 방광경에 작용하는 약재로 이용되어 왔다. 그 뿌리에 함유되어 있는 약용성분은 연구결과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무기력증, 고혈압, 저혈압, 우울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당뇨병과 심장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의약적 효능이 인삼과 유사하여 1955년에 러시아에서는 의약원료로의 이용이 허가되어 땃두릅의 뿌리로 제조한 의약품이 생산되기도 하였다. 러시아, 중국 등의 지역에서는 대량으로 뿌리째 채취되었는데, 그 결과 현재는 자생지에서도 분포도가 매우 낮아 희귀보호 수종으로 여겨지고 있다. <표 2>와 같이 땃두릅의 동속식물은 2종이 더 있다. 그 중 Opolopanax horridus는 알래스카와 캐나다 등지 민간에서 수세기 전부터 감기나 해열, 위통 등에 뿌리와 나무껍질 추출물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인 번식방법과 생물공학기법을 이용한 인공복제
땃두릅의 종자는 극도의 미숙휴면 종자로 자생지에서도 종자번식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자생지에서는 무성번식에 의해 집단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집단 안에서 유전변이 폭이 적어 병이나 기타 자연재해와 같은 특수상황에 의해 자생지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번식이 어려운 특성 때문에 자생지에서도 자연감소가 생겨 유전자원 보존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수종 중 하나이다. 인위적으로 번식을 하려면 종자를 이용하거나 삽목을 하여야 한다. 종자번식은 일반적으로 어렵지만 8~9월에 성숙한 종자를 채취하여 낮은 온도에서 12개월 이상 모래에 묻어두는 층적저장을 실시하면 발아가 가능하다. 그러나 발아율은 5% 정도로 낮다. 2002년도 강원대학교 연구보고에 의하면 8~9월에 삽수를 채취하여 모래와 피트모스를 1:1 비율로 배합한 상토에 삽목하면 다른 발근제 처리 없이 80~100% 발근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나 삽목에 의한 번식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생물공학기법을 이용한 인공복제 방법으로 자연상태에서 번식이 어려운 땃두릅을 대량증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이 방법은 자생지에서 건강한 모식물체로부터 성숙하지 않은 미숙종자를 채취하여 이로부터 체세포 배 발생 세포주를 유도하고 체세포 배(somatic embryo)를 유도하여 식물체로 발달시키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식물 세포 하나하나가 정상식물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물학적인 기본 개념에서 출발하여 이를 ‘땃두릅’ 등의 희귀식물의 유전자원 보존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맺음말
땃두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수종이면서도 인삼에 버금가는 약용자원이다. 그러나 현재 자생지가 급속도로 파괴되어 개체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나무에 대한 여러 가지 상식과 또 그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던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혹시라도 보존해야 할 수종의 무분별한 남획을 부추기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노파심이 있다. 자생지에 있는 나무를 보호하는 일과 함께 보존, 증식하고 그 가치를 확대, 이용하는 일 또한 앞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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